• 2025. 6. 5.

    by. 마리연(마케팅과 리더십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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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뭐 특별한 일 있었어?"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괜히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으신가요? 마치 매일 뭔가 흥미진진하고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나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 우리는 언제부터 '평범한 하루'를 부족한 하루로 여기게 되었을까요?

    2025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 #아보하가 이런 우리의 고민에 해답을 제시합니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이 표현은 단순히 새로운 해시태그가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가 놓쳤던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하는, 시대정신을 담은 새로운 삶의 철학인 것이죠.

    아보하 - 마케팅리더십연구소

    "소확행"에서 "아보하"로 : 행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작은 행복을 찾자는 이 개념은 분명 의미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묘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소확행이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소확행을 위한 카페 투어", "소확행 라이프스타일 굿즈", "소확행을 선사하는 프리미엄 디저트"... 어느새 소확행도 무언가를 구매해야만 얻을 수 있는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작은 행복조차 소비와 연결되면서, 정작 일상의 소중함은 사라지고 또 다른 부담만 가중되었죠.

    반면 #아보하는 다릅니다. 여기서는 '행복'조차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지나간 하루,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행복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를 구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오늘 하루가 별일 없이 지나갔다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이죠.

    불확실한 시대, 확실한 일상을 품다

    #아보하 트렌드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계속되는 경기 침체, 높아만 가는 물가, 불안정한 고용 시장,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사회...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거창한 꿈이나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평온하게 보내고 싶어 합니다. 큰 성취를 이루지 못해도 괜찮고, 남들보다 뒤처져도 상관없으니, 그저 아무 탈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죠.

    이는 결코 체념이나 포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나름의 평온을 찾아가는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를 망치지 않겠다는, 어찌 보면 매우 현명한 처세술이기도 합니다.

    "구성환"과 "나혼산" : 아보하의 대표적 사례

    #아보하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구성환입니다. 그의 일상은 정말 '보통'입니다.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게임을 하고, 혼자 영화를 보고, 집 정리를 하는 모습... 특별한 이벤트도, 화려한 액티비티도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바로 이런 모습에서 위안을 받습니다. "아,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굳이 매일 뭔가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괜찮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죠. 구성환의 꾸밈없는 일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가 됩니다. 평범해도 괜찮다고, 특별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화려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들과는 정반대입니다. 해외여행, 맛집 탐방, 익스트림 스포츠, 화려한 파티... 이런 것들이 '제대로 된 삶'의 기준이었다면, #아보하는 그런 기준 자체를 의문시합니다. 정말 그런 것들이 있어야만 의미 있는 삶일까요?

    무해력 : 작고 순수한 것들의 역습

    #아보하 트렌드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무해력'입니다. 작고, 귀엽고, 순수한 존재들이 주는 치유의 힘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푸바오입니다.

    푸바오의 인기는 단순히 귀엽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푸바오는 경쟁도 하지 않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도 없으며, 그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먹고, 자고, 놀고,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것... 이런 푸바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잃어버린 순수함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인형 키링의 유행도 같은 맥락입니다. 성인들이 가방에 인형 키링을 달고 다니는 모습이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인형을 통해 일상의 작은 위로를 얻습니다.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현실에서 잠시나마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런 순수함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이죠.

    무해력의 핵심은 '자극 없음'입니다. 큰 감동이나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않지만, 그 대신 안전하고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마치 심리적 안전지대를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경쟁과 성과, 자극과 스피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이런 '무해함'이 오히려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디지털 피로감과 아날로그 회귀

    #아보하 트렌드는 디지털 피로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SNS에서 남들의 화려한 일상을 구경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자극에 노출되는 현대인들... 어느 순간 이런 디지털 생활에 지쳐버린 것입니다.

    SNS에는 항상 누군가가 멋진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들로 가득합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고, 자신의 평범한 일상이 초라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재미없게 살고 있을까?"라는 자괴감까지 들게 되죠.

    #아보하는 이런 디지털 피로감에 대한 반작용입니다. SNS에 올릴 만한 특별한 일이 없어도 괜찮다고, 매일 뭔가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런 자극적인 일상보다는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이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다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SNS 사용을 줄이거나, 일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올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민낯의 일상,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을 공유하면서 오히려 더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기업들의 아보하 마케팅

    기업들도 이런 #아보하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마케팅이 '더 특별하게, 더 화려하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더 일상적으로, 더 자연스럽게'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카페 브랜드들은 거창한 이벤트나 한정판 메뉴보다는 '평범한 하루의 작은 여유'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냥 평범한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소중함" 같은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죠.

    패션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파티복이나 특별한 상황을 위한 옷보다는, 일상에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을 강조합니다.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같은 키워드로 제품을 소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여행업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든 일정이 빼곡하게 짜여진 패키지여행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 '그냥 머무르는 여행' 같은 콘셉트의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관광명소를 돌아다니며 인증샷을 찍는 대신, 숙소에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아보하 라이프스타일의 실제 모습

    그렇다면 #아보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 아침: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서 몇 분 더 누워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창밖을 바라보거나 그냥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 출근길: 음악을 듣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여유롭게 이동합니다. 굳이 생산성 있는 일을 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냥 이동 시간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입니다.

    - 점심시간: 화려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대신, 회사 근처의 평범한 식당에서 편안하게 식사합니다. 혼자 먹는 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 퇴근 후: 반드시 뭔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집에서 쉬는 것 자체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시간도 중요한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 주말: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집 정리를 하거나, 평소 못 본 영화를 보거나, 동네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SNS에 올릴 만한 특별한 일이 없어도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아보하가 주는 진짜 의미

    #아보하는 단순히 게으름이나 무기력함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한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남들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려는 시도인 것이죠.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더 빨리, 더 많이, 더 특별하게'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속도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속도가 있고, 각자에게 맞는 행복의 형태가 있습니다. #아보하는 바로 그런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보하는 현재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미래의 성공이나 과거의 후회에 매몰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합니다. 거창한 목표나 성취가 없어도, 오늘 하루를 평온하게 보낸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평범함의 혁신

    #아보하는 어찌 보면 가장 혁신적인 트렌드일지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자극과 변화를 추구하던 시대에, 평범함과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이는 개인의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매일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도 줄어들고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작은 일상의 순간들을 더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게 되죠.

    2025년, #아보하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서 하나의 생활철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가치관인 것입니다.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해서 아쉬워하지 마세요. 그저 무탈하게 하루를 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였습니다. #아보하, 아주 보통의 하루도 충분히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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